퇴사할 경우 이별 관리의 주체는 반드시 근로자여야 하는가?

장미일
2025-01-15

아름다운 마무리가 중요하다.
세상은 좁다. 언제 어디서든 만날 수 있다.
그 회사에 내 지인이 있어. 얼마나 잘 하는지 확인할거야.
업무 인계는 확실히 하고 가야지.

직장생활을 하는 직장인들에게 조직의 힘은 절대적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회사 안팎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에 회사 생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조심하게 됩니다. 일거수일투족 감시를 받지는 않지만 혹시 모르니 조심하게 됩니다. 개인적인 문제로 휴가를 쓰는 일조차 때에 따라 오해를 받을까 신경을 쓰기도 합니다. 회사 밖에서 우연히 친분이 두텁지 않은 같은 회사 동료를 만날 때도 조심합니다. 역시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하기 위해 조심합니다. 그래서 회사를 떠나는 직원이 듣는 조언은 언제나 같습니다. 항상 조심해야 하는 주체는 직원이고 회사를 떠나서도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합니다. 이직에 성공한 것 같아도Reference Check를 통해 인지하지 못했던 동료, 상사들의 평가를 신경써야 합니다. 좋은 모습으로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는 강박에 괜히 회사가 시끄러워지면 본인에게 영향이 두려워 퇴직면담에서 솔직한 심경을 토로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조직의 힘이 두렵기 때문에 굳이 사유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문제가 있어도 함구, 이직을 해도 함구, 불만은 당연히 함구, 좋은 일로 떠나도 굳이 밝히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출근 인사를 할 때도 망설여 집니다. 아는 사람 모두에게 인사를 해야 하나 싶고 정말 보기 싫은 사람에게도 애써 웃음지으며 인사를 합니다. 모두 나중을 위해 해야만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퇴사 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혹시나 SNS를 통해 전직장에 대한 아쉬운 얘기라도 하면 걱정과 충고를 하는 전직장 동료들과 주변인들이 나타납니다. 저도 직접 듣고 겪은 일이기도 합니다. 크든 작든 조직의 힘을 경계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 기업은 그럴 힘이 없습니다. 그 안에 있는 구성원 중 일부의 횡포일 뿐입니다. 여태 기업은 그런 점을 무시해왔습니다. 어차피 끝날 관계이고 나갈 사람이 무슨 얘기를 하든 문제를 겪는 사람이 나가니 문제가 사라질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문제가 없는데 유난을 떤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관계의 변화

여전히 명확한 이유 없이 직장과 직장인의 관계는 갑을관계지만 2000년 대 초반 IMF 이후 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현상이 있습니다. 입사 과정부터 관계 우위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직장생활을 바라보는 가치관의 변화는 더이상 회사가 인생의 3분의 1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절대적인 존재가 아님을 깨우치게 됐습니다. 기업이 흔들리면 정년은퇴는 꿈이 되어 버리고 취업에 실패하더라도 크게 상처받지 않고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생각과 창업을 선택할 수 있는 인생의 경로를 검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입사하는 과정도 노동력을 아이템으로 급여와 교환하기 위한 거래계약 과정이라는 당연한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사례는 소수지만 감히 생각하지 못했던 과거에 비해 많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직이든 창업이든 퇴사를 하면 인생을 이어나가기가 도저히 힘들었던 과거와는 달라졌습니다. 커리어를 개발하기 위한 이직은 매우 활발해지기 시작합니다. 저를 비롯해 한 회사에서 10년, 20년 이상의 근속연한을 채운 사람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현재도 비교적 소수지만 인식이 크게 달라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에서 기업이 재빨리 알아채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회사와 관계를 끊는 직원과의 미래 관계입니다. 관계의 우위는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입사전형은 노동력과 임금의 거래 계약을 위한 사전 행위라는 사실과 퇴직은 그 반대의 경우로 거래 유지를 위한 상호간의 노력이 부족해서 발생한다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물론 거대조직과 개인의 힘이 같을 수는 없습니다만 계약 관계라는 것을 인지한다는 것은 여태까지의 관계의 우위는 분명 흔들린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전히 취업은 힘들고 대기업은 필수 지향 조건이고 취업을 포기하고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는 젊은 세대가 등장하는 등 기업이 차지하는 인생의 비중은 높지만 분명한 변화는 있습니다.




이별 관리의 주체는 더이상 근로자가 아니다

"회사에서 가끔 동료들과 나누던 얘기가 있습니다. 퇴사 후 고객사로 이직해서 역으로 갑질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속이 시원할까 따위의 이야기입니다. 술잔을 나누며 온갖 뒷담화를 나누다 그렇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했습니다. 정말 그럴 수 있으면 얼마나 통쾌할까."

물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이야기도 아니고 사례도 적습니다. 하지만 이제 회사를 바라보는 근로자의 생각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은 분명합니다. 과거엔 생각하기 어려웠던 일이지만 관계의 균형에 분명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회사를 바라보는 가치관의 변화로 나타난 현상은 다양합니다.

1. 근로감독관으로 돌아온 직원 사례
환경안전부서에서 근무하던 임모 직원은 부서 내 만연한 보신주의에 스트레스를 겪고 있었습니다.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공단, 환경청 등 대관업무가 많아 관리하고 제출해야 할 서류가 많았습니다. 제출할 때마다 관리하고 있는 지표, 서류에 적용되는 데이터들이 많지만 번거로운 부분의 데이터 조작 등 문제 행위들을 보면서 허탈감을 느꼈습니다. 직업 윤리의 준수는 고사하고 부당한 행위를 통해 성과를 만들어 내는 회사의 모습을 인정할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르러 퇴사를 선택하고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 채용 시험을 치렀습니다. 근로감독관이라면 인사나 환경안전 부서를 통해 듣게 되는 공무원입니다. 고용노동부의 각 지자체 지청에서 근무하는 7급 이상의 공무원입니다. 특별사법경찰관으로서 수사권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고용노동직 시험을 통해 임용이 가능합니다. 시험에 합격한 임모 직원은 근로감독관으로 근무하던 기업이 속한 고용노동부 지청에 발령을 받았습니다. 재직하던 기업의 환경안전부서의 모든 사정을 알고 있는 근로감독관이 된 것입니다.




2. 고객사, 경쟁사로 이직한 직원 사례
영업부서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고객사와 만남이 잦습니다. 영업사원이 고객사 담당자에게 최선의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최선을 다해도 모두가 좋은 인상을 남기는 것은 아닙니다. 그 중 뛰어난 영업사원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렇게 뛰어난 직원 중 극히 일부는 고객사의 제안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고객사로의 이직입니다. 이 경우 영업사원이 재직 중인 기업은 상당히 곤란해질 수 있습니다. 영업사원이 고객사로 이동할 경우 정보가 함께 이동하기 때문입니다. 이별 관리에 있어 영업사원이 유리한 위치에 놓이게 됩니다.

이처럼 이별 관리의 주체가 뒤바뀌는 사례가 있습니다. 조심해야 할 주체가 기업이 되는 경우입니다. 떠나는 직원에게 아름다운 마무리를 선사해야 합니다. 떠나는 직원을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만날지 예측할 수 없습니다.

아름다운 마무리가 중요하다.
세상은 좁다. 언제 어디서든 만날 수 있다.
그 회사에 내 지인이 있어. 얼마나 잘 하는지 확인할거야.
업무 인계는 확실히 하고 가야지.



Miil Greg Jang (장미일)

Head Consultant at COYS

L&D, OD, Job, Speech, Teaching


100만큼 사람을 사랑하는 일을 도모합니다.

사회인의 건강한 일탈을 위한 COYS를 이끌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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