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커뮤니티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장미일
2024-06-09

다소 오염이 되었으나 놀라운 직장인들의 놀이터가 있습니다. 그 어떤 커뮤니티에서도 시도하지 않았던 각 산업 및 기업별 익명 게시판을 제공하는 블라인드입니다. 초창기 과연 익명성이 보장되는 것인가 불안함으로 출발했으나 이제는 과감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입니다. 

물론 스스로를 조직에 가둔 채 사고의 틀을 한정지은 대다수의 어떤 이들에게는 그저 자기 위안과 가십의 쓰레기통으로서 기능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앞서 말한 오염은 그들에 의한 것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여전히 일부 직장인들이 다른 산업군의 뒷얘기를 엿볼 수 있고 온갖 소문을 확인할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직장인 커뮤니티로 완전히 자리 잡은 지 오래된 지금, 블라인드를 통해 애써 드러내지 않았던 생각들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이들이 많습니다. 세대를 불문하고 각자의 목소리나 생각을 당당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블라인드는 확실한 익명성과 퇴직 후 갱신이 불가능한 회원 자격 운영으로 현직자만의 공간이라는 점이 가져오는 장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일부 기업들과 노동조합들은 단순히 기업별 놀이터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꽤나 구체적이고 유용한 활용법을 고안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블라인드 생태계의 기능은 보통 직장인들이 모르는 사이 기존의 기능 외 장기판의 기능도 갖추게 되었습니다. 물론 장기판의 말은 직장인들입니다.


경영진의 활용 사례

1. 구하기 어렵지만 구하면 무기가 되는 이슈 찾기

블라인드는 일반적인 익명 게시판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명함을 활용하지 않는 이상 적어도 같은 회사 사우들끼리 회사의 검열 없이 익명으로 활동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모략이나 비방 등 대담한 행동이 가능합니다. 익명성을 죽어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누구든 활동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회사에서 떠도는 소문을 여과 없이 공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내에서 말하지 못하는 부분을 얼마든 공유할 수 있습니다. 사내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내용의 사실 여부는 서로가 다 알고 있습니다.

임원급 인사들은 이 점을 활용해 특정 사업부나 부서에서 발생한 이슈를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나 경쟁사업부나 부서의 장, 결국 경쟁관계에 있는 동료에 관한 이슈는 좋은 먹잇감이 됩니다. 정보를 활용해 사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정보로 활용합니다.

"저 인간 그럴 줄 알았어. 내가 그랬잖아. 저 친구 언젠가 사고 칠 거라고."
"이번 인사위원회에서 우리 사업부 승진대상자들이 유리할 것 같다."

2. 인사팀은 언제 어디서든 우리의 진심을 떠본다

사내 분위기를 참고하기 위해 어느 회사든 인사팀 직원이 가입해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성과급 지급률에 대한 소문, 정기 인사에 대한 소문, 조직 별 내부 분위기, 이슈의 중심에 있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 비위 관련 소문, 사업 분위기에 대한 의견 등 헛소문이 아닌 진짜 정보가 어느 정도 노출이 되어 있고 그 정보 유출자에 대한 정보 등 듣기 힘든 임직원들의 진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인사팀에 매우 소중한 정보의 장입니다. 본격적인 경우 인사팀 직원이 직접 여론에 영향을 가하기도 합니다. 익명 게시판 안에서 인사팀 직원임을 알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에이, 그래도 그 임원에 대한 다른 이야기도 있던데요."
"저도 누군가에게 들었습니다만 그 소문은 진실이 아니랍니다."

노동조합의 활용 사례

1. 설득, 조합원 모집

노동조합에게도 블라인드는 소중한 기회의 장입니다. 아무리 노동조합을 인정하는 기업이라도 사내활동이 아주 편할 수는 없습니다. 임원이나 인사팀에서 원하는 정보는 노동조합에서 원하는 정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정보의 활용법도 상당히 비슷합니다. 게다가 대개의 기업에서 노동조합과의 관계는 쉽지 않기 때문에 또 하나의 경쟁상대로 인식하기도 합니다.

노동조합은 굳이 익명 게시판에서 익명성을 이용하지 않습니다. 익명 게시판에서 본인을 밝혔을 때 오는 위력은 상당합니다. 자신감과 투명성을 강조할 수 있습니다. 블라인드에서의 활동은 제약의 근거도 없습니다. 설득에 힘이 실리고 활동도 자유롭습니다. 블라인드만 한 장이 없습니다.

2. 그냥 소문은 없다

결국 임직원임이 분명한 사람들끼리 제약 없이 나눌 수 있는 익명 게시판이기 때문에 올라오는 이야기들의 신빙성은 서로가 알고 있습니다. 그냥 헛소문은 없습니다. 헛소문은 빠르게 사라지고 잊힙니다. 헛소문이 아니기 때문에 글을 올리는 것이고 그에 대한 피드백이 있는 것입니다. 회사과 노동조합과 공유하지 않는 부분은 블라인드를 통해 꼬리를 밟힐 수 있습니다. 수만 명 규모 이상의 기업이 아닌 이상 조직 내 갈등도 금방 유추가 가능합니다. 노동조합에게 소중한 정보가 아닐 수 없습니다.


활용을 권장?

몇 개의 주요 직장인 커뮤니티로 인해 기업이 구인난을 앓고 있다는 얘기가 종종 들립니다. 하지만 혁신적이고 젊은 기업일 필요도 없이 모든 기업이 그런 커뮤니티가 있어 임직원들로부터 직접 듣지 못할 정보를 얻어낼 수 있다는 점에 환호해야 합니다. 정보로 취급해야 합니다. 그 어떤 누구라도 회사에서 회사를 향한 의견을 개진하기 어렵습니다. 속마음을 조직에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목소리는 엄청난 정보로서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그 정보를 바탕으로 정책을 검토할 수도 있습니다.

회사가 들여다본다는 사실은 이미 다들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눕니다.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Greg Jang (장미일) 

Head Consultant at COYS

Job, Speech, Teaching  

HRD, ER

51:49, 49:51의 균형으로 회사와 직원, 고객을 위하는 HR, Sales를 지향해왔습니다. 지금은 100만큼 사람을 사랑하는 일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사회인의 건강한 일탈을 위해 COYS를 이끌어 갑니다.

■ 브런치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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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직장인의 온갖 핑계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