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정치가 과연 나쁘기만 한걸까?

Ian, cho
2024-02-07

조직정치의 개념

우리는 보통 조직정치를 '좋지 않은 것'으로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대표적으로 Ferris, Russ & Fandt(1989)는 '조직정치'를 타인의 이익을 희생하거나 또는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영향을 미치려는 전략적 행동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논문들도  Ferris, Russ & Fandt의 조직정치개념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라는 개념을 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면 "나라를 다스리는 일.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한다."입니다. 

조직정치도 이에 따라 풀어쓰면 "조직을 다스리는 일, 조직에서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 행사하는 활동으로 조직구성원들이 조직의 비전과 미션을 달성하도록 하고, 조직 구성원 간 이해를 조정하고 조직의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이라고 규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청지 자체의 개념도 가치중립적 개념인 것처럼 조직정치도 원래는 가치중립적 의미여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왜 조직정치는 부정적 가치를 지닌 단어로 인식되고 있나요? 수많은 논문에서도 성과 저하를 가져오고, 조직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조직정치'를 꼽는 것일까요? 

Rosen, Levy & Hall(2006), Haq(2011)는 아예 이렇게까지 조직정치를 정의하기까지 합니다. "조직정치는 조직 내 허가되지 않은 방법으로 경쟁 및 갈등을 유발시키는 조직내 비공식적이고 비합리적인 행위라는 점에서 자발적인 심리적 주인의식에 근거하는 조직몰입에는 부정적 영향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입니다. 

조직정치의 개념은 가치중립적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이유에 대해 저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답을 얻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2가지입니다. 

1. 어떠한 집단에서든 조직정치는 무조건 발생한다. 
2. 긍정적 의미의 조직정치보다 부정적 의미의 조직정치가 생명력이 더 끈질기다. 


라는 점입니다. 

이제 이 2가지에 대해 자세하게 이야기해보죠. 


1.  어떠한 집단에서든 조직정치는 무조건 발생한다. 

집단에서의 정치는 인간이 군집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생긴 것입니다. 군집생활을 통해 인간은 생존력을 높일 수 있었으며, 집단을 이루기 위해서는 조직의 질서에 순응하고 집단을 이끄는 우두머리의 지시나 요구에 따라야 했습니다. 인간은 조직 속에 속해있을 때 공격성을 지배하는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아져 안정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 그 근거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우두머리가 집단을 잘 이끌지 못하여 집단의 존속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경우, 집단의 2인자나 3인자가 우두머리의 자리를 차지하여 자신이 생각하는 방식으로 집단을 이끌고 싶어 하며, 기득권에 있는 현재의 우두머리와 2인자 또는 3인자들의 정치싸움이 시작됩니다.  이렇게 조직정치는 인간이 탄생하여 군집생활을 하면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정치하는 원숭이(Chimpanzee Politics)>이라는 책을 쓴 제인구돌과 함께 침팬지 연구의 큰 축을 이루는 위대한 영장류 학자 프란스 드 발은 "침팬지 사회에서는 무엇을 아느냐보다 누구를 아느냐가 더 중요하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침팬지 사회에서도 정치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침팬지 사회에서도 물론 가족과 친지의 보호 속에 사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다음으로 확실한 것은 으뜸 수컷의 친구가 되는 것입니다. 침팬지의 행동을 관찰하다 보면, 별로 몸집이 크지도 않은 수컷이 으뜸 수컷의 후광을 업고 객관적으로 자기보다 힘이 센 버금 수컷들을 윽박지르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그런 어린 수컷을 으뜸 수컷은 눈을 지그시 감은 채 느긋이 바라볼 뿐입니다. 

침팬지 사회에서도 영원한 실세란 있을 수 없습니다. 특히 침팬지 사회의 권력 구조는 대단히 유동적입니다. 다른 모든 수컷들 위에 홀로 오랫동안 군림하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침팬지 수컷들은 종종 동맹을 맺습니다. 드 발 박사가 관찰한 네덜란드 아른험 동물원 침팬지 무리의 정치판은 그야말로 춘추 전국시대였습니다. 마키아벨리가 혀를 내두를 법한 온갖 권모술수가 난무하면서 어느 수컷이 어느 수컷과 은밀하게 손을 잡느냐에 따라 권력 구조가 달라집니다.  (침팬지 관련 내용 출처 : 시사저널) 


이를 보면 우리 인간사회에서 정치가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며, 조직정치도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없앨 수도 없는 조직정치를 무조건 나쁘다고만 치부하면 안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조직정치가 회사의 발전, 성장과 조직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이용하려면 조직정치가 왜 나쁘게 인식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긍정적인 조직정치가 회사 내에서 잘 작동되도록 고민해봐야 할 것입니다. 

그럼, 왜 전 세계적으로 많은 박사들과 연구자들이 조직정치가 왜 나쁘게 보고 있는 것일까요? 


2. 긍정적 의미의 조직정치보다 부정적 의미의 조직정치가 생명력이 더 끈질기다. 

그 이유는 부정적 의미의 조직정치 (이하에서는 '악한 조직정치'라고 칭하겠습니다.)가 긍정적 의미의 조직정치(이하 '선한 조직정치') 보다 생명력이 훨씬 강하기 때문입니다. 

조직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향상하고, 고객들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시키는 등의 과정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굉장히 긴 시간과 비용이 소모됩니다. 이를 위해서 조직 내부를 정비하고 핵심인재들을 채용한 후  최고의 기술을 개발하여 제품에 적용합니다. 그리고 고객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까지 수많은 광고와 브랜드 마케팅이 필요하죠.  정말 오랜 시간과 돈이 필요합니다.

스포츠로 치면 '선의의 경쟁'이죠. 체력을 키우기 위해 매일 새벽 달리기를 하고, 근력을 키우기 위해 매일 체육관에서 PT를 받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자세와 운동방법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그 결과에 따라 운동 방법을 바꿔보기도 하죠. 그렇게 3년을 죽어라 해도 100m 달리기에서 0.1초 단축시키는 것도 아주 어렵습니다. 선한 조직정치도 마찬가지입니다. 긍정적 결과를 달성할 때까지 오랜 시간과 비용이 들며, 때때로 대표나 주요 경영진에게 쓴소리도 마다하자 말아야 합니다. 

그런데 악한 조직정치는 그럴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왜냐하면 조직이나 회사의 이익은 자기에게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악한 조직정치를 하는 자들은 회사의 이익이 바닥을 찍더라도 자신의 이익이 줄어들지 않고 극대화할 수만 있다면 대표에게 쓴소리 같은 것은 아예 할 필요가 없습니다. 

대표를 띄워주고, 현재의 조직 내부는 아무 문제가 없으며, 향후 회사가 달성할 매출이나 이익에도 전혀 문제가 없을 듯이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회사에서 설비나 프로젝트에 투자할 때 그 비용을 약간이라도 부풀려 자신이 역마진이나 리베이트를 챙겨두고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선심 쓰듯 돈을 풀어 자신의 세를 유지합니다. 부하직원들도 아무 떡고물도 없이 원칙만 내세우는 선한 조직정치를 하는 사람보다 악한 조직정치를 하는 상사가 더 능력 있고 뛰어나 보이게 됩니다. 

그리고 회사의 이익에 반한 행동으로 향후 회사의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하락할 때 악한 조직정치를 하는 이들은 책임 회피도 기가 막히게 잘합니다. 이미 업무를 하는 과정에 자신과 배척되는 세력들을 잘 얽어놓았기 때문입니다. 장기간의 프로젝트일수록 누구에게 과오가 있는지 알기 어려울뿐더러 이미 대표나 경영진에게 이쁨을 받는 악한 조직정치자들은 회사 내에서 최후의 승리자로 남게 됩니다. 

대표의 눈에는 악한 조직정치차가 선한 조직정치자로, 선한 조직정치자가 악한 조직정치자인 것으로 보이게 된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착각이 글로벌 어느 조직에서나 대부분 발생하고 있기에 수많은 연구자들이 조직정치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3. 그렇다면 우리는 악한 조직정치와 선한 조직정치를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요? 

실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으나,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 무책임한 것으로 생각돼서 제가 생각하는 몇 가지 방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1) 대표 (또는 주요 경영진)는 여러 계층과 네트워킹을 통해 크로스체크를 한다. 

악한 조직정치자들이 말들은 '속 빈 강정'인 경우가 많습니다.  미래의 달성할 성과만 화려할 뿐 그 결과를 달성할 과정들이 분명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대표는 그 과정을 진행할 실무진들에게 물어보면 간단합니다. 

그래서 애플은 CEO에게 임원들만이 보고하지 않습니다. 주요 미팅에는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팀장급이 직접 CEO에게 보고합니다. CEO가 만나야 하는 접점이나 파악해야 할 내용이 많아지는 것은 단점이나, 임원들의 악한 조직정치를 어느 정도 견제하가나 방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대표는 수고스럽더라도 실무진급들에게 종종 조직 분위기, 업무 과정 등을 물어보고 파악해야 합니다.


(2) 현재의 매출이 견조하더라도, 바닥민심을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 

회사라는 조직의 규모가 일정 이상 커지게 되면,  조직은 살아있는 생물처럼 알아서 숨을 쉬고, 알아서 성장하게 됩니다. 사람이 나이를 먹으며 키가 크고 성인이 되는 것처럼, 조직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회사가 다 큰 성인이 될 때까지 큰 병에 걸렸는지 모르는 대표가 부지기수입니다. 왜냐하면 생각보다 잘 성장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때 바닥민심을 살펴보면 자신의 조직이 병에 걸렸는지, 얼마나 큰 병에 걸렸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블라인드만 찾아봐도 압니다. 대표님들 중에 블라인드 글을 한 달에 한번 정도 찾아보는 분이 별로 없다는 걸 압니다. 왜냐하면 그걸 보고 있자면, 밤낮을 회사만 생각하고 있는 대표님들의 마음이 정말 씁쓸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가슴이 아파오더라도 반드시 블라인드를 챙겨보시고, 다른 회사평판 사이트에서 자신의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평을 찾아봐야 합니다. 그리고 고객들의 리뷰도 대표 자신이 직접 챙겨봐야 합니다. 이렇게만 하더라도 조직의 문제가 있는지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3) 쓴소리를 잘하는 직원을 반드시 곁에 두자. 

가치관 자체가 부정적이라서 회사를 비판만 하는 직원이 있을 수도 있으나, 생각보다 그런 직원은 소수입니다. 보통 어느 정도 근속이 되고 회사 사정을 잘 아는 직원들이 회사에 대해 쓴소리를 하고 비판적이라면 그 직원들은 침묵하는 직원들보다 회사에 대한 애정과 충성심이 배로 강할 수 있습니다. 

침묵하는 자들은 눈치를 보는 자들입니다. 세가 어느 쪽으로 기우냐에 따라 그들의 발걸음은 조용히 강한 쪽으로 옮겨 갑니다. 그러나 쓴소리를 하는 사람들은 그런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비판의 목소리가 자신의 입지를 약하게 만든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대표가 그런 직원을 알게 된다면 반드시 그를 곁에 두십시오. 미워도 그 직원에게 떡 하나를 더 주십시오. 비판적인데 일을 열정적으로 한다? 그럼 그 직원은 회사를 사랑하고 대표님을 사랑하는 선한 정치를 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 어떤 달콤한 말로써 그를 내치라는 의견을 내는 임직원이 있다면 그가 바로 악한 정치를 하는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