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핑계의 정의
신국어대사전 (김민수, 홍웅선, 1976)에서 핑계는 ① 다른 일을 끌어 붙여 변명함, ② 다른 일을 방패로 내세움으로 정의하였습니다. 이 정의에 의하면, 핑계는 변명을 하거나 구실을 대는 것을 말합니다. 보통 변명이나 구실은 타인으로부터의 실질적인 책임추궁이 있거나 또는 책임추궁이 예상될 때 책임의 정도를 무효화하거나 감소시키려는 의도하에서 이루어집니다. 여기서 다시 실재적 책임추궁 또는 예상적 책임추궁은 자신의 실수나 잘못으로 인해 상대에게 침해와 같은 부정적 결과가 일어났을 때 나타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침해(offend)는 상대에게 물질적, 기회적, 지위적 손실을 가져오는 것과 같은 실질적 침해는 물론, 상대의 감정을 해치거나, 화를 나게 하거나, 비위를 건드리거나, 불쾌감을 주는 것 등과 같은 심리적 침해를 모두 포함합니다.
핑계는 한국인의 특징되는 심리인가?
우리나라 속담에 “핑계 없는 무덤 없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한국에 오래 거주한 이동찬(1987)의 저서 “이방인이 본 한국인”에서 이 속담을 서두 제목으로 인용하면서 핑계를 잘 대는 한국인의 습성을 전통사회의 구조적 입장에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핑계심리와 관련한 한국인의 특성으로 지적된 것으로는 책임회피가 심하다는 점(동아일보사 편, 1991), 공동체로부터 개인이 미분화되지 않은 데서 오는 개인 책임감의 결여(김재은, 1987, 최재석, 1989) 등을 들 수 있습니다.
핑계에 대한 속담의 수가 26가지(김도환, 1978) 정도 되는데 몇 가지 속담의 예를 보면, ‘여든에 죽어도 핑계에 죽는다’, ‘문비 거꾸로 붙이고 환장이 나무란다’, ‘처녀가 아이를 낳고도 할 말이 있다’ 등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영어에서 핑계에 상응하는 개념으로는 account, justification, excuse 등이 있습니다. 핑계의 경우는 구체적 상황, 즉 실수나 잘못된 행위에 대해 꾸며서 이유를 대는 행위로 포괄적 개념인 account와는 다르며, justification은 행위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의미가 강하고, excuse는 핑계의 의미가 있지만 미안함의 뜻이 포함되어 있어 우리나라의 핑계와 약간 다릅니다.
Hame(1984)와 Vygorsky(1962) 등을 비롯한 사회적 구성주의자들은 인간의 심리가 사회-문화적으로 구성된다는 점과 아울러 특히 언어와 심리의 유기적 관계성에 주목했습니다. 즉, 언어는 심리를 반영할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경험을 조직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므로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심리적 개념들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Hame는 이야기했습니다. 핑계는 우리의 일상생활의 대화 속에 착실히 뿌리 박힌 살아 있는 언어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핑계심리가 있을 것이라는 추론을 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핑계는 어떤 상황에서 잘 일어나며, 핑계에 대한 동기적, 심리적 특성과 요인을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핑계에 대한 메타분석
핑계는 약속의 불이행, 책임 불이행, 우발적 실수로 인한 상대에 대한 피해, 고의적 가해 등 다양한 형태의 실패 사건 유발 상황에서 나타납니다. 이에 대한 책임 부과에 따른 행동에 대한 설명을 현시적 또는 암시적으로 요구받을 때 사용됩니다. 핑계의 유형은 관련된 사건과 상황적 맥락에 따라 다양합니다. 또한 핑계의 심각성에 따라 사소한 실수나 경미한 약속 불이행 시의 핑계와 같은 사소한 핑계부터 직장에서의 실수, 학교에서의 과제물 미제출 등과 같은 상황에서의 책임 감면성 핑계, 그리고 이혼 법정이나 심지어는 형사 법정에서의 무죄 변명성 핑계까지 다양합니다.
핑계의 단계는 다음과 같이 구성됩니다: ① 상대에 대한 책임 추궁, ② 상대로부터의 실재적 또는 예상적 책임 추궁, ③ 핑계 대기 (즉, 변명이나 구실 대기). 여기서 핑계를 대는 사람은 책임을 피하거나 줄이려는 직접적 동기를 가지며, 이에 기반한 심리적 동기를 여러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먼저, 자신의 과실로 인한 책임 추궁 상황에서 적절한 변명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사회적, 대인 관계적, 상호작용적 측면에서 자기 손실이 발생하거나 예상될 수 있습니다. 더 직접적으로는 갈등 유발, 상대로부터의 비난과 같은 상대 간 손실, 그리고 자존심 훼손, 부적절한 자아 관 등 자신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감정을 증폭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핑계는 앞에서 언급한 부정적인 결과를 회피, 감소 또는 제거하려는 자기 방어적 변명 행위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핑계의 효과는 항상 핑계를 대는 사람이 기대하는 방향의 긍정적 효과만을 가져오지는 않습니다. 핑계가 상대에 의해 핑계로 지각될 때, 그것도 자기변명이나 책임회피를 위한 핑계로 지각될 때 그러한 핑계는 안 좋게 여겨지거나 잘해야 이득인 핑계로 변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핑계가 기대했던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화자가 대는 핑계가 청자에게 정당한 이유로 받아들여져야 합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 핑계가 받아들여지는 형태는 다양할 수 있습니다.
먼저 핑계가 정당한 이유로 지각되는 효과적인 핑계, 그리고 핑계가 핑계로 여겨지는 비효과적인 핑계와 함께, 정당한 이유가 핑계로 여겨지는 오해적인 핑계 등을 상정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화자가 하는 말이 핑계인지 아닌지보다는 화자의 핑계나 이유가 청자에게서 핑계로 받아들여지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석되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예를 들어, 대인 인식이나 인상 평가에서 실제의 객관적 특성보다 지각된 특성이 사회심리학의 연구 주제로 적합한 것처럼, 핑계도 사회심리학적 연구의 주제로서 적합성과 필요성을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귀인과 핑계 대기와의 관계
책임귀인
사람들은 자신이 책임을 지거나 비난받을 가능성이 있을 때 핑계를 대기 시작합니다. 핑계는 자신의 잘못이나 실패에 대해 변명하는 행위입니다. 이는 누군가의 행동과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돌리는 과정입니다. 이에 대해 행위자의 행위와 행위결과에 대한 책임성 판단을 하게 되는데 이를 ‘책임귀인’이라고 합니다. 이는 행동자 자신이 아닌 주변 사람들에 의해 결정됩니다.
핑계는 사람들이 자신에 대한 책임을 피하거나 줄이려 할 때 사용하는 언어적 방어 수단입니다. 이는 실제로 책임을 추궁받는 상황뿐만 아니라, 그런 상황이 예상되거나 예측될 때도 사용됩니다. 핑계를 듣는 사람, 즉 책임귀인자는 그 핑계가 진정성 있고 타당한지 판단합니다. 이 판단은 핑계를 대는 사람의 기대에 부응할 수도 있고, 반대로 거짓이나 부적합한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핑계에 대한 지각 및 판단
핑계가 그 소기의 성과를 갖기 위해서는 핑계 청자가 핑계를 정당한 사유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비유를 통해 설명하자면, 이혼법정에서 이혼 사유가 정당하다고 판사에 의해 판단될 때 이혼이 성립하고, 그와 반대로 정당한 사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이혼 청구가 기각됩니다. 마찬가지로, 핑계도 정당한 사유로 또는 부적합한 사유로, 즉 핑계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이혼법정에서 이혼 사유가 정당한 사유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제시된 내용이 우선 사실성이나 진실성을 가져야 하며, 그 이유가 사실 또는 진실로 받아들여진 후에도 그 사유의 내용이 이혼의 이유로 적합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이혼 청구 사유가 남편이 자러 갔을 때 코를 고른다는 것이라고 할 때, 비록 남편이 코를 고른다는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적합한 이혼 사유가 될 수 없습니다.
핑계에서도 마찬가지로, 핑계가 정당한 사유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핑계의 내용이 진실성과 적합성을 가져야 합니다. 핑계의 구어적 사용에서도 이 두 요인은 이미 암시되고 있습니다. "이 핑계 저 핑계 대지 말라."라는 표현은 핑계의 진실성을 의심한다는 말이며, "그것도 핑계가 되느냐."라는 표현은 핑계의 적합성을 부정하는 말입니다.
여기서는 논의의 편의상 핑계의 적합성 문제를 먼저 다루고 다음에 핑계의 진실성 문제를 다뤄보겠습니다.
핑계의 적합성
앞서 언급한 대로 핑계는 책임 회피적인 행동이며, 책임 회피의 구성 요소적인 정보를 변경하거나 비책임 회피적인 정보를 강화하는 행위로 볼 수 있습니다. 책임 회피의 구성 정보 요소는 개인 외적 요인보다는 개인 내적 요인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의도성, 행위 및 행위 결과에 대한 예견성과 같은 중요한 요인들이 밝혀져 왔습니다.
만일 수업에 늦게 들어온 학생이 교통이 막혀서 늦게 왔다고 말하며, 동시에 교수는 서울의 교통이 항상 막히므로, 그 학생이 그것을 미리 알고 이를 감안해서 보다 일찍 집을 떠날 수 있다고 믿을 때, 그 학생에 대한 책임은 외적이 아닌 내적 책임으로 이루어집니다. 이는 곧 예견성의 범주에서 통제 가능한 것으로 해석되며, 불가피성의 상황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지각됨을 말합니다. 따라서 책임귀인의 해소, 즉 핑계의 지각에서는 지각자가 행위에 작용한 외적 요인에 대해 불가피성을 인정할 때에만 비로소 그 핑계는 정당한 사유로서의 적합성을 갖게 됩니다. 여기서 불가피성의 개념은 통제불능성(uncontrollability)이나 안정성(unstability)의 개념과 동일한 개념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만일 통제불능성이나 불안정성이 사건의 발생 전에 예측되었거나 예측할 수 있었던 것이라면, 즉 예측성 범주에 속하는 사건이었을 때는 그 핑계사건을 통제 가능한 사건으로, 또는 더 나아가 의도된 사건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핑계의 진실성
핑계가 핑계로 지각되느냐 아니면 진실한 이유로 지각되느냐의 문제는 핑계가 진실로 들리느냐 아니면 거짓말로 들리느냐의 문제입니다. 또한, 여기서 진실성을 보장하는 확실한 객관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는 진실성의 여부보다 허위성의 여부를 파악하는 전략이 더 적합한 전략일 것으로 볼 수 있으며, 또한 이러한 상황에서 핑계 청자는 이 전략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고 추론할 수 있습니다.
핑계를 대고 듣는 상황을 검토해 보면, 핑계 대는 당사자는 자신의 핑계 내용에 대한 사실 여부 정보를 스스로 갖고 있지만, 핑계의 청자인 핑계의 진위 판단자는 핑계 내용의 진실성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 근거가 거의 없거나, 있어도 제한된 간접적인 추론 근거만 갖고 있기 때문에 핑계의 진위성을 판단해야 하는 입장에 있습니다. 다시 말해,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예를 들어 믿을 만한 사람인지 아닌지에 대한 사전 도식이 없는 한, 핑계 내용만 가지고 진위를 판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핑계 청자는 진실성 여부 판단보다 허위성 여부 판단이 보다 우세한 판단의 모드(xoxic)는 거짓말 판단이 우세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심리학이나 사회심리학에서 거짓말 판단에 대한 연구는 매우 빈약했으며, 그것도 안면표정이나 생리적 단서와 같은 기계적인 접근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의 핑계 판단자들은 생리적 근거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단순히 얼굴표정과 같은 안면 단서에만 의존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안면 단서 이외에도 ① 핑계의 내용을 기반으로 한 허위 여부 추론, ② 부언어적 및 비언어적 통념 단서 활용, ③ 상대와의 과거 접촉 경험에 기반한 선입견, 자신의 경험 및 현재 직면한 문제와 관련된 상대에 대한 사전 도식 등을 복합적으로 활용하여 허위 여부를 판단합니다.
핑계의 거짓말 여부 판단
그렇다면 핑계가 거짓말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 도식을 제한적으로 아래와 같이 상정해 볼 수 있습니다.
명제 1: 핑계와 인과연계
핑계에 포함된 사건의 발생확률과 인과연계확률에 의해 허위여부를 판단합니다. 사건 발생확률과 사건 결과 연계확률이 낮을수록 허위로 판단되고, 높을수록 진실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예를 들어, 교통이 막혀서 수업에 늦었다고 학생이 핑계를 댈 때, 교수가 허위성 여부를 추론하는 한 가지 방식은 아침 등교 시간에 얼마나 빈번히 교통이 막히느냐의 확률과 동시에 차가 막힐 때 수업에 늦는 결과로 연계될 가능성의 정도를 가지고 그 말의 허위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인과연계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후속명제를 추가할 수 있습니다.
명제 2: 사건-결과 연계
사건-결과 연계와 관련하여, 그 결과가 사건 이외의 다른 사건과 연계될 가능성이 클수록 그 핑계가 허위로 지각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동시에 그 사건이 나타난 결과와 상반되는 상이한 결과와 연계될 가능성이 높을수록 그 말의 허위성은 높아집니다.
명제 3: 핑계의 허위성
흔히 사회에서 나타나는 핑계의 대상이 되는 행위에 대한 보편적 핑계 도식은 사회적 통념의 형태로 개인의 인지 도식 속에 잠재적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그러한 상황에 직면할 때 핑계 청자는 사회적 핑계 도식을 핑계의 허위성 여부를 판단하는 데 적용할 것입니다.
명제 4: 핑계의 논리성
핑계의 내용이 적정한 수준의 논리성과 인과연계의 자연스러운 계열성을 가질 때, 그 핑계는 진실로 수용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인과논리의 연계가 지나치게 길고 추론의 소지가 많이 개입되고 자연스러운 논리연계성을 결여할 때, 허위로 지각될 가능성은 커집니다.
부언어적 및 비언어적 통념단서 활용
부언어적 측면에서는 목소리의 고저, 강약, 말의 속도 등이 허위성 여부 판단에 기여하며, 비언어적 측면의 준거로는 안면표정, 손발의 움직임, 제스처, 몸 자세 등이 핑계 허위성 판단에 관여될 수 있습니다.
출처 : 한국인의 심리학, 최상진 → 구매하러 가기!
핑계의 정의
신국어대사전 (김민수, 홍웅선, 1976)에서 핑계는 ① 다른 일을 끌어 붙여 변명함, ② 다른 일을 방패로 내세움으로 정의하였습니다. 이 정의에 의하면, 핑계는 변명을 하거나 구실을 대는 것을 말합니다. 보통 변명이나 구실은 타인으로부터의 실질적인 책임추궁이 있거나 또는 책임추궁이 예상될 때 책임의 정도를 무효화하거나 감소시키려는 의도하에서 이루어집니다. 여기서 다시 실재적 책임추궁 또는 예상적 책임추궁은 자신의 실수나 잘못으로 인해 상대에게 침해와 같은 부정적 결과가 일어났을 때 나타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침해(offend)는 상대에게 물질적, 기회적, 지위적 손실을 가져오는 것과 같은 실질적 침해는 물론, 상대의 감정을 해치거나, 화를 나게 하거나, 비위를 건드리거나, 불쾌감을 주는 것 등과 같은 심리적 침해를 모두 포함합니다.
핑계는 한국인의 특징되는 심리인가?
우리나라 속담에 “핑계 없는 무덤 없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한국에 오래 거주한 이동찬(1987)의 저서 “이방인이 본 한국인”에서 이 속담을 서두 제목으로 인용하면서 핑계를 잘 대는 한국인의 습성을 전통사회의 구조적 입장에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핑계심리와 관련한 한국인의 특성으로 지적된 것으로는 책임회피가 심하다는 점(동아일보사 편, 1991), 공동체로부터 개인이 미분화되지 않은 데서 오는 개인 책임감의 결여(김재은, 1987, 최재석, 1989) 등을 들 수 있습니다.
핑계에 대한 속담의 수가 26가지(김도환, 1978) 정도 되는데 몇 가지 속담의 예를 보면, ‘여든에 죽어도 핑계에 죽는다’, ‘문비 거꾸로 붙이고 환장이 나무란다’, ‘처녀가 아이를 낳고도 할 말이 있다’ 등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영어에서 핑계에 상응하는 개념으로는 account, justification, excuse 등이 있습니다. 핑계의 경우는 구체적 상황, 즉 실수나 잘못된 행위에 대해 꾸며서 이유를 대는 행위로 포괄적 개념인 account와는 다르며, justification은 행위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의미가 강하고, excuse는 핑계의 의미가 있지만 미안함의 뜻이 포함되어 있어 우리나라의 핑계와 약간 다릅니다.
Hame(1984)와 Vygorsky(1962) 등을 비롯한 사회적 구성주의자들은 인간의 심리가 사회-문화적으로 구성된다는 점과 아울러 특히 언어와 심리의 유기적 관계성에 주목했습니다. 즉, 언어는 심리를 반영할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경험을 조직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므로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심리적 개념들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Hame는 이야기했습니다. 핑계는 우리의 일상생활의 대화 속에 착실히 뿌리 박힌 살아 있는 언어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핑계심리가 있을 것이라는 추론을 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핑계는 어떤 상황에서 잘 일어나며, 핑계에 대한 동기적, 심리적 특성과 요인을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핑계에 대한 메타분석
핑계는 약속의 불이행, 책임 불이행, 우발적 실수로 인한 상대에 대한 피해, 고의적 가해 등 다양한 형태의 실패 사건 유발 상황에서 나타납니다. 이에 대한 책임 부과에 따른 행동에 대한 설명을 현시적 또는 암시적으로 요구받을 때 사용됩니다. 핑계의 유형은 관련된 사건과 상황적 맥락에 따라 다양합니다. 또한 핑계의 심각성에 따라 사소한 실수나 경미한 약속 불이행 시의 핑계와 같은 사소한 핑계부터 직장에서의 실수, 학교에서의 과제물 미제출 등과 같은 상황에서의 책임 감면성 핑계, 그리고 이혼 법정이나 심지어는 형사 법정에서의 무죄 변명성 핑계까지 다양합니다.
핑계의 단계는 다음과 같이 구성됩니다: ① 상대에 대한 책임 추궁, ② 상대로부터의 실재적 또는 예상적 책임 추궁, ③ 핑계 대기 (즉, 변명이나 구실 대기). 여기서 핑계를 대는 사람은 책임을 피하거나 줄이려는 직접적 동기를 가지며, 이에 기반한 심리적 동기를 여러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먼저, 자신의 과실로 인한 책임 추궁 상황에서 적절한 변명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사회적, 대인 관계적, 상호작용적 측면에서 자기 손실이 발생하거나 예상될 수 있습니다. 더 직접적으로는 갈등 유발, 상대로부터의 비난과 같은 상대 간 손실, 그리고 자존심 훼손, 부적절한 자아 관 등 자신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감정을 증폭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핑계는 앞에서 언급한 부정적인 결과를 회피, 감소 또는 제거하려는 자기 방어적 변명 행위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핑계의 효과는 항상 핑계를 대는 사람이 기대하는 방향의 긍정적 효과만을 가져오지는 않습니다. 핑계가 상대에 의해 핑계로 지각될 때, 그것도 자기변명이나 책임회피를 위한 핑계로 지각될 때 그러한 핑계는 안 좋게 여겨지거나 잘해야 이득인 핑계로 변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핑계가 기대했던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화자가 대는 핑계가 청자에게 정당한 이유로 받아들여져야 합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 핑계가 받아들여지는 형태는 다양할 수 있습니다.
먼저 핑계가 정당한 이유로 지각되는 효과적인 핑계, 그리고 핑계가 핑계로 여겨지는 비효과적인 핑계와 함께, 정당한 이유가 핑계로 여겨지는 오해적인 핑계 등을 상정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화자가 하는 말이 핑계인지 아닌지보다는 화자의 핑계나 이유가 청자에게서 핑계로 받아들여지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석되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예를 들어, 대인 인식이나 인상 평가에서 실제의 객관적 특성보다 지각된 특성이 사회심리학의 연구 주제로 적합한 것처럼, 핑계도 사회심리학적 연구의 주제로서 적합성과 필요성을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귀인과 핑계 대기와의 관계
책임귀인
사람들은 자신이 책임을 지거나 비난받을 가능성이 있을 때 핑계를 대기 시작합니다. 핑계는 자신의 잘못이나 실패에 대해 변명하는 행위입니다. 이는 누군가의 행동과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돌리는 과정입니다. 이에 대해 행위자의 행위와 행위결과에 대한 책임성 판단을 하게 되는데 이를 ‘책임귀인’이라고 합니다. 이는 행동자 자신이 아닌 주변 사람들에 의해 결정됩니다.
핑계는 사람들이 자신에 대한 책임을 피하거나 줄이려 할 때 사용하는 언어적 방어 수단입니다. 이는 실제로 책임을 추궁받는 상황뿐만 아니라, 그런 상황이 예상되거나 예측될 때도 사용됩니다. 핑계를 듣는 사람, 즉 책임귀인자는 그 핑계가 진정성 있고 타당한지 판단합니다. 이 판단은 핑계를 대는 사람의 기대에 부응할 수도 있고, 반대로 거짓이나 부적합한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핑계에 대한 지각 및 판단
핑계가 그 소기의 성과를 갖기 위해서는 핑계 청자가 핑계를 정당한 사유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비유를 통해 설명하자면, 이혼법정에서 이혼 사유가 정당하다고 판사에 의해 판단될 때 이혼이 성립하고, 그와 반대로 정당한 사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이혼 청구가 기각됩니다. 마찬가지로, 핑계도 정당한 사유로 또는 부적합한 사유로, 즉 핑계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이혼법정에서 이혼 사유가 정당한 사유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제시된 내용이 우선 사실성이나 진실성을 가져야 하며, 그 이유가 사실 또는 진실로 받아들여진 후에도 그 사유의 내용이 이혼의 이유로 적합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이혼 청구 사유가 남편이 자러 갔을 때 코를 고른다는 것이라고 할 때, 비록 남편이 코를 고른다는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적합한 이혼 사유가 될 수 없습니다.
핑계에서도 마찬가지로, 핑계가 정당한 사유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핑계의 내용이 진실성과 적합성을 가져야 합니다. 핑계의 구어적 사용에서도 이 두 요인은 이미 암시되고 있습니다. "이 핑계 저 핑계 대지 말라."라는 표현은 핑계의 진실성을 의심한다는 말이며, "그것도 핑계가 되느냐."라는 표현은 핑계의 적합성을 부정하는 말입니다.
여기서는 논의의 편의상 핑계의 적합성 문제를 먼저 다루고 다음에 핑계의 진실성 문제를 다뤄보겠습니다.
핑계의 적합성
앞서 언급한 대로 핑계는 책임 회피적인 행동이며, 책임 회피의 구성 요소적인 정보를 변경하거나 비책임 회피적인 정보를 강화하는 행위로 볼 수 있습니다. 책임 회피의 구성 정보 요소는 개인 외적 요인보다는 개인 내적 요인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의도성, 행위 및 행위 결과에 대한 예견성과 같은 중요한 요인들이 밝혀져 왔습니다.
만일 수업에 늦게 들어온 학생이 교통이 막혀서 늦게 왔다고 말하며, 동시에 교수는 서울의 교통이 항상 막히므로, 그 학생이 그것을 미리 알고 이를 감안해서 보다 일찍 집을 떠날 수 있다고 믿을 때, 그 학생에 대한 책임은 외적이 아닌 내적 책임으로 이루어집니다. 이는 곧 예견성의 범주에서 통제 가능한 것으로 해석되며, 불가피성의 상황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지각됨을 말합니다. 따라서 책임귀인의 해소, 즉 핑계의 지각에서는 지각자가 행위에 작용한 외적 요인에 대해 불가피성을 인정할 때에만 비로소 그 핑계는 정당한 사유로서의 적합성을 갖게 됩니다. 여기서 불가피성의 개념은 통제불능성(uncontrollability)이나 안정성(unstability)의 개념과 동일한 개념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만일 통제불능성이나 불안정성이 사건의 발생 전에 예측되었거나 예측할 수 있었던 것이라면, 즉 예측성 범주에 속하는 사건이었을 때는 그 핑계사건을 통제 가능한 사건으로, 또는 더 나아가 의도된 사건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핑계의 진실성
핑계가 핑계로 지각되느냐 아니면 진실한 이유로 지각되느냐의 문제는 핑계가 진실로 들리느냐 아니면 거짓말로 들리느냐의 문제입니다. 또한, 여기서 진실성을 보장하는 확실한 객관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는 진실성의 여부보다 허위성의 여부를 파악하는 전략이 더 적합한 전략일 것으로 볼 수 있으며, 또한 이러한 상황에서 핑계 청자는 이 전략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고 추론할 수 있습니다.
핑계를 대고 듣는 상황을 검토해 보면, 핑계 대는 당사자는 자신의 핑계 내용에 대한 사실 여부 정보를 스스로 갖고 있지만, 핑계의 청자인 핑계의 진위 판단자는 핑계 내용의 진실성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 근거가 거의 없거나, 있어도 제한된 간접적인 추론 근거만 갖고 있기 때문에 핑계의 진위성을 판단해야 하는 입장에 있습니다. 다시 말해,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예를 들어 믿을 만한 사람인지 아닌지에 대한 사전 도식이 없는 한, 핑계 내용만 가지고 진위를 판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핑계 청자는 진실성 여부 판단보다 허위성 여부 판단이 보다 우세한 판단의 모드(xoxic)는 거짓말 판단이 우세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심리학이나 사회심리학에서 거짓말 판단에 대한 연구는 매우 빈약했으며, 그것도 안면표정이나 생리적 단서와 같은 기계적인 접근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의 핑계 판단자들은 생리적 근거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단순히 얼굴표정과 같은 안면 단서에만 의존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안면 단서 이외에도 ① 핑계의 내용을 기반으로 한 허위 여부 추론, ② 부언어적 및 비언어적 통념 단서 활용, ③ 상대와의 과거 접촉 경험에 기반한 선입견, 자신의 경험 및 현재 직면한 문제와 관련된 상대에 대한 사전 도식 등을 복합적으로 활용하여 허위 여부를 판단합니다.
핑계의 거짓말 여부 판단
그렇다면 핑계가 거짓말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 도식을 제한적으로 아래와 같이 상정해 볼 수 있습니다.
명제 1: 핑계와 인과연계
핑계에 포함된 사건의 발생확률과 인과연계확률에 의해 허위여부를 판단합니다. 사건 발생확률과 사건 결과 연계확률이 낮을수록 허위로 판단되고, 높을수록 진실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예를 들어, 교통이 막혀서 수업에 늦었다고 학생이 핑계를 댈 때, 교수가 허위성 여부를 추론하는 한 가지 방식은 아침 등교 시간에 얼마나 빈번히 교통이 막히느냐의 확률과 동시에 차가 막힐 때 수업에 늦는 결과로 연계될 가능성의 정도를 가지고 그 말의 허위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인과연계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후속명제를 추가할 수 있습니다.
명제 2: 사건-결과 연계
사건-결과 연계와 관련하여, 그 결과가 사건 이외의 다른 사건과 연계될 가능성이 클수록 그 핑계가 허위로 지각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동시에 그 사건이 나타난 결과와 상반되는 상이한 결과와 연계될 가능성이 높을수록 그 말의 허위성은 높아집니다.
명제 3: 핑계의 허위성
흔히 사회에서 나타나는 핑계의 대상이 되는 행위에 대한 보편적 핑계 도식은 사회적 통념의 형태로 개인의 인지 도식 속에 잠재적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그러한 상황에 직면할 때 핑계 청자는 사회적 핑계 도식을 핑계의 허위성 여부를 판단하는 데 적용할 것입니다.
명제 4: 핑계의 논리성
핑계의 내용이 적정한 수준의 논리성과 인과연계의 자연스러운 계열성을 가질 때, 그 핑계는 진실로 수용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인과논리의 연계가 지나치게 길고 추론의 소지가 많이 개입되고 자연스러운 논리연계성을 결여할 때, 허위로 지각될 가능성은 커집니다.
부언어적 및 비언어적 통념단서 활용
부언어적 측면에서는 목소리의 고저, 강약, 말의 속도 등이 허위성 여부 판단에 기여하며, 비언어적 측면의 준거로는 안면표정, 손발의 움직임, 제스처, 몸 자세 등이 핑계 허위성 판단에 관여될 수 있습니다.
출처 : 한국인의 심리학, 최상진 → 구매하러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