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 오돌뼈의 추억

Kay 김우재
2024-07-23


안녕하세요? 리더십과 ‘글쓰기’를 돕는 Kay 작가, 김우재입니다. 오늘은 우리가 평소에 잘 구매하는 밀키트에 대해서 말씀을 드려볼까 합니다.


편의점이나 마트에 가면 데우기만 하면 되는 냉동식품들이 많습니다. 정말 편합니다. 늦게 퇴근한 금요일 밤, 뭔가 요리해서 술 한잔 하기에는 상당한 부담이 있습니다. 이럴 때 마트 종료 직전에 들어가서 냉동 오돌뼈와 소주 한 병을 사들고 집에 들어가면 매우 기분이 좋습니다. 전자레인지 하나면 만찬을 즐길 수 있으니까요.


‘밀키트(Meal Kit)’도 이미 우리 주변에는 흔합니다. 동네 어귀의 밀키트 전문점에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부대찌개부터 순대볶음, 된장찌개까지 다양한 메뉴가 있습니다. 그저 냄비에 넣고 끓이기만 하면 되는 수준입니다. 여기에 취향에 따라 냉장고를 뒤져서 나오는 야채와 고기를 추가로 넣으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입니다. 냉동식품과는 차원이 다른 만찬을 즐길 수 있습니다.


왜 밀키트는 냉동식품보다 맛이 있을까요? 재료가 신선하고, 더 비싸고 등등 당연한 이유가 있겠지만 여기에 저는 추가적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말씀드리기 전에 제 이야기를 하나 해드리겠습니다.


저는 얼마 전 홈브루잉(Home brewing)에 ‘도전(?)’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에일맥주를 무려 9병이나 직접 제조를 했습니다. 비싼 홈브루잉 기계를 구매한 것은 아닙니다. 맥주도 이미 밀키트처럼 거의 제조가 되어 있는 제품들이 있습니다. 저는 효모와 설탕을 넣고 2주 동안 잘 발효를 시키기만 하면 됩니다. 매일 집에 가서 발효되어 가는 맥주를 보며 마실 수 있는 날만 기다렸습니다. 마침내 처음으로 개봉을 하고 마시던 날의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값비싼 수제 맥주보다 더 맛있었으니까요.



그러면,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밀키트는 왜 냉동식품보다 맛이 있을까요?  



1. "내가 참여했기 때문에 더 가치 있고 맛있습니다."

냉동식품은 그저 전자레인지에 돌리기만 하면 끝입니다. 밀키트와 홈브루잉은 다릅니다. 요리를 그저 기계에 맡기고 기다리면 안 됩니다. 내가 직접 불의 강도도 조절해야 하고, 추가 재료는 직접 손질해서 첨가해야 합니다. 홈브루잉의 경우 햇빛 차단, 온도 유지 등 신경 써야 할 요소들이 많습니다. 이런 참여의 과정을 거친 음식은 더 맛있습니다. 나의 정성이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냉동식품보다 더 재료가 좋고 신선해서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나의 참여가 최고의 조미료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2. "조리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시간을 기다리기에 더 가치 있고 맛있습니다."

라면 하나를 끓일 때에도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면과 각종 부재료가 적당히 익을 때까지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시간마저도 전자레인지에 냉동식품을 넣고 돌리듯 쉬운 시간은 아닙니다. 끊임없이 라면이 익는 상황을 체크해야 합니다. 혹시 갑자기 물이 넘치거나 화력의 강도가 평소와 다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인고(?)의 시간의 거쳐야 맛있는 라면을 먹을 수 있습니다. 밀키트도 그러합니다. 그저 냄비에 넣고 끓이기만 하면 되지 않습니다. 설명서에 5분을 끓이라고 나와있다고 해도 부재료의 추가나 화력의 차이를 감안하여 조리시간을 조절해야 합니다. 그래야 정말 맛있는 밀키트 음식을 즐길 수 있습니다.



오늘은 음식이야기만 했네요. 이 게시판의 성격과는 다르다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저는 위에서 말씀드린 ‘밀키트’란 단어를 우리 기업의 ‘조직문화’라고 바꿔서 생각하고 싶습니다. 조직문화의 중요성과 어려움은 굳이 말씀드리지 않아도 잘 아실 겁니다. 그런데, 일부의 경우 그저 전자레인지 안에 냉동식품을 넣는 것처럼 새로운 행사나 제도만 만들면 바로 ‘문화’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조직문화를 정립하는 데는 구성원들이 직접 참여해서 일정 기간 동안 잘 요리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원재료를 구매해서 요리하면 좋겠지만, 그러기엔 너무 많은 시간과 시행착오 경험이 필요합니다. 밀키트처럼 이미 잘 구성된 여러 가지 'tool'이 많이 있습니다. 이를 이용하면 빠릅니다.


 조직문화 정립에는 구성원들의 '참여'와 무르익는 '시간', 이 두 가지가 가장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두르지 말고, 한 걸음씩 마치 맥주를 발효시키듯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감사합니다.  



Kay 작가(김우재) / 출간작가 / 리더십 / 조직문화

https://www.linkedin.com/in/kay-woojae/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그리고 컨설팅펌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으로 리더십과 ‘글쓰기’를 돕습니다.

★ '나는 팀장이다' (공저)  / 플랜비디자인 2020년 / 7쇄 / 대만출간

★ https://hahahahr.com/kay , 네이퍼카페 "팀장클럽", 코치닷  정기 연재

★ 팟빵: https://www.podbbang.com/channels/1790236?ucode=L-gqIVtpiB

★ 네이버TV:  https://tv.naver.com/v/51992040

★ 리더십 칼럼 기고: 대기업 내부 블로그, HR인사이트 등

★ 카카오 커리어 분야 크리에이터 (브런치)

★ 리더십 강의 진행: 러닝스푼즈, IT 스타트업, 국가기관 등

     https://learningspoons.com/course/detail/leader-communication/

★ 글쓰기 모임 운영: 작심삼일 글쓰기, 두들린 체인지 스터디 ‘리더의 글쓰기’ 등

★ 다수의 기업 및 기관의 다양한 HR 프로젝트 수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