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y] 리더는 결정과 책임으로 말합니다.

Kay 김우재
2024-04-06

안녕하세요? 리더십과 조직문화를 돕는 Kay 작가, 김우재입니다. 

오늘은 리더의 결정에 대해서 말씀을 드릴까 합니다. 먼저 아주 오래전 제가 겪은 작은 일화 하나를 소개합니다.


종이 결재서류와 자필 사인이 당연한 기본이었던 시절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신입사원을 막 벗어난 막내급 직원이었습니다. 좌충우돌, 실수연발의 시절이었습니다. 그래도 제가 작성하는 서류들 중에는 경영층의 결재까지 받아야 하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문서 하나하나 많은 노력을 담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리적으로는 한 두장에 지나지 않는 종이였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에는 저의 피(?)와 땀이 서려있었습니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꾸중 끝에 나온 서류는 저의 소중한 분신이었고, 결재를 받는 그 순간은 정말로 짜릿했습니다. 저의 결재서류가 경영층의 결재를 받고 실행되는 순간은 그야말로 세상을 모두 가진 것 같습니다.


어느 날, 매우 중요한 내용이 담긴 품의서를 작성해야만 했습니다. 저는 물론 부장님의 지침을 받아 열심히 문서를 작성했고, 부장님 또한 오케이 사인을 해주셨습니다. 부장님께서는 경영층의 결재를 받아오시겠다며 기분 좋게 자리를 떠나셨습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부장님께서는 매우 화난 얼굴로 자리에 돌아오셨습니다. 저는 조심스럽게 이유를 여쭈어 보았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보고를 받은 경영층은 매우 달갑지 않은 반응을 보이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인을 안 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경영층은 연필로 사인을 하셨습니다.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지우개로 지우기 위함이었죠. 연필로 결재된 서류를 본 순간의 황당함을 저는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리더는 결정과 책임으로 말합니다. 하하하에이치알

당시 어쩔 수 없이 결재는 하지만 책임소재를 가려야 하는 상황이 왔을 때 면피하기 위한 경영층의 꼼수들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사인은 하되 평소 본인의 사인이 아닌 동그라미나 ‘V’ 형태의 체크표시만 하거나, 나중에 지울 수 있도록 연필로 사인을 하곤 하였습니다.  제가 당시 올린 품의서는 매우 중요한 서류였고, 그저 연필로 사인이 된 문서를 믿고(?) 일을 진행하기는 매우 꺼림칙했습니다. 절대로 책임회피를 해서는 안 되는 위치에 계시는 분의 그 태도에 부장님은 화가 난 것이었습니다. 저도 참으로 난감했습니다. 어쨌든 문서의 작성자는 저였으니까요.


걱정하는 저를 보고 부장님은 미소를 지으시더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지요. 그리고 부장님은 연필 사인이 되어있는 결재란을 투명 테이프로 코팅(?)을 해버리셨습니다.

......


기업에서 이루어지는 수많은 결정들은 쉽게 표현하자면 보유하고 있는 자원을 어떻게 투입할지 선택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이 결정은 각각의 위치에 있는 리더들이 하게 됩니다. 자원의 투입이 결정되면 이를 집행하고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은 리더의 몫이 됩니다. 저는 결재가 이러한 결정과 집행을 상징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리더가 결재 서류에 사인을 하는 것은 그 서류에 담긴 자원의 투입을 승인하는 것이고, 집행을 지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집행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되지요.

리더는 결정과 책임으로 말합니다.

실무자는 일을 집행하는 사람입니다. 리더가 결정해 주고, 책임을 지기 때문에 그야말로 좌고우면 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서만 달리면 됩니다. 그런데, 위와 같이 리더가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리더는 결정과 책임으로 말합니다. 결정을 미루거나, 책임을 회피한다면 리더의 소임을 다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결정과 책임은 문서로서 명확하게 존재해야 합니다. 리더의 ‘사인’이 명확하게 되어 있는 상태로 말이지요. 


구성원이 적은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큰 문제가 없겠지만, 조직이 커지고 구성원의 수가 많아질수록 리더의 결정과 책임을 명확하게 나타내주는 문서화 과정은 매우 중요합니다. 리더는 본인이 충분히 결정과 책임의 본분을 다한다고 생각하지만, 구성원들은 ‘문서화’ 되어 있지 않은 리더의 결정에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연필로 되어 있는 사인처럼 말이지요.


리더의 결정에 의구심을 가지게 되면, 구성원들은 각자가 달성해야 할 목표에 몰입할 수 있을까요?

감사합니다.



Kay 작가(김우재) / 출간작가 / 리더십 / 조직문화

https://www.linkedin.com/in/kay-woojae/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그리고 컨설팅펌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으로 리더십과 조직문화를 돕습니다.

★ '나는 팀장이다' (공저)  / 플랜비디자인 2020년 / 7쇄 / 대만출간

★ 네이퍼카페 "팀장클럽", 코치닷  정기 연재

★ 카카오 커리어 분야 크리에이터 (브런치)

★ 리더십 강의 진행: 러닝스푼즈, IT 스타트업, 국가기관 등

★ 다수의 기업 및 기관의 다양한 HR 프로젝트 수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