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임'과 '방치'사이

Kay 김우재
2024-05-12

안녕하세요? 리더십과 ‘글쓰기’를 돕는 Kay작가, 김우재입니다. 오늘은 두 가지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

혹시 ‘냉정과 열정사이’를 아시나요?


벌써 개봉한 지 20년이 넘은 영화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인생영화이기도 합니다. 당시 일본을 대표하는 훈남 배우 다케노우치 유타가와 홍콩을 대표하는 이지적인 이미지의 여배우인 진혜림이 남녀 주인공을 맡았습니다. 당시 남자 주인공의 직업은 문화재 복원사였는데요, 이 영화를 계기로 우리나라에도 복원사라는 직업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탈리아 피렌체 두오모 성당에서의 명장면은 너무나도 유명합니다. 첼로 연주가 빛나는 OST 역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습니다.    

제목 그대로 끊임없는 오해로 점철된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서로가 많이 사랑함에도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사건들이 발생하고 그 사건들은 결국 두 사람의 사랑이 쉽게 이루어지지 못하게 되는 결과를 만들어 내지요.

더욱 재미있는 것은 이 영화의 원작소설입니다. 두 사람이 공동 집필했는데요, 남자와 여자 입장이 분리되어 있습니다. Blue 버전과 Red 버전, 두 권으로 나눠진 소설은 같은 줄거리와 사건들이지만 남녀 주인공 각각의 이야기를 별도로 기록했습니다.



누군가는 분명 좋은 의도로 특정 행동을 했는데,
다른 누군가는 오해하게 되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합니다.



(두번째 이야기)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한 번쯤은 보셨을법한 단어가 있습니다. ‘츤데레(ツンデレ)’는 일본어입니다. 새침하고 도도한 모습을 나타내는 의태어와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나타내는 의태어가 합쳐진 말입니다. 

사진 출처 : https://m.blog.naver.com/mess798/221983260170

원래의 단어는 일본에서 어떤 의미로 사용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한국에서의 ‘츤데레’의 뜻은 굉장히 아껴주고 챙겨주는 것을 나타내기 부끄러워한 나머지 오히려 짜증 내는 것처럼 포장하는 것을 뜻합니다.

미묘한 뉘앙스를 표현하기 참으로 힘듭니다만, 남자 주인공이 괜히 화가 난 표정으로 여자 주인공이 필요로 하던 무엇인가를 주면서 말합니다. 


"그냥 오다가 주은 거야. 딱히 너한테 주려고 했던 것은 아니야." 


이런 말을 하는 남자 주인공을 ‘츤데레’하다고 표현을 많이 합니다. (표현의 옳고 그름을 떠나 분명히 널리 쓰이고 있는 표현이기에 말씀드리는 것임을 양해 바랍니다.)  그러면 왠지 여자주인공은 당황스러워하면서도 은근히 감동을 하지요. 썸 타기(?) 시작하는 단계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이런 ‘츤데레’ 한 사람들이 나오게 되면 재미가 있습니다. 주인공의 애틋한 마음과 달리 상반된 행동이 포인트입니다. ‘츤데레’가 난무하는 스토리의 결과는 극단적입니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사랑이 이루어지거나, 서로의 마음을 오해하고 사랑이 이루지지 않거나죠.



서로 간의 오해가 사랑이야기에서만 존재할까요? 우리의 조직 안에서는 이보다 더 많은 오해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리더와 구성원 간의 ‘위임’에서 많은 오해가 발생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위임(empowerment)’은 매우 중요한 가치입니다. 단어 그대로 권한(power)을 다른 이에게 부여하는 것인데요, 리더가 모든 일을 실무자처럼 할 수 없기 때문이죠. 

조직에서는 전결규정이라는 이름으로 단계별 리더에게 적절하게 권한과 책임을 부여합니다. 위임에서 중요한 체크포인트는 기다림입니다. 위임받은 구성원이 성과를 낼 때까지 믿고 맡기는 것이지요. 

그런데 위임과 기다림의 사이에서 의도하지 않은 오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처럼 리더와 구성원은 서로가 오해할 수 있습니다.


(리더) 

“내가 일을 맡겼으니 어느 정도 결과가 발생할 때까지 간섭하면 안 되겠지? 마이크로매니징이라고 오해할 수 있으니 일부러 더 관심 없는 척하면서 기다리자.”


(구성원) 

“일을 맡기는 건 좋은데, 아무런 관심이 없네? 그래도 팀장이면 일의 진행상황 정도는 체크해야 하는 것 아닌가? 내가 일 다 해놓으면 거기에 숟가락만 올리려고 하는 것 아닌가?”


리더는 스스로를 ‘츤데레’로 규정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팀과 구성원에게 많은 애정을 가지고는 있지만 겉으로는 오히려 관심이 없는 척하는 것이 매력이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위임에서의 ‘츤데레’는 매우 위험합니다. 위임했으니 아무런 관심을 갖지 않거나, 혹은 관심이 있지만 확인을 하지 않는 것은 ‘위임’이 아닌 ‘방치’에 가깝습니다.


위임을 하더라도 일의 방향성과 진행상황은 확인해야 합니다. 그래야 리더가 부족한 점을 도와줄 수 있기 때문이죠. 위임하고 관심도 갖지 않고 있다가(혹은 관심은 많았으나 일부러 관심 없는 척하고 있다가) 일이 잘못된 이후에 구성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올바른 리더의 자세가 아닙니다. 물론 관심과 마이크로매니징은 구별해야 하겠지만요.



리더와 구성원간의 오해, 영화에서는 해피엔딩으로 끝날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Kay 작가(김우재) / 출간작가 / 리더십 / 조직문화

https://www.linkedin.com/in/kay-woojae/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그리고 컨설팅펌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으로 리더십과 ‘글쓰기’를 돕습니다.

★ '나는 팀장이다' (공저)  / 플랜비디자인 2020년 / 7쇄 / 대만출간

★ hahahaHR.com,  네이퍼카페 "팀장클럽", 코치닷  정기 연재

★ 리더십 칼럼 기고: 대기업 내부 블로그, HR인사이트 등

★ 카카오 커리어 분야 크리에이터 (브런치)

★ 리더십 강의 진행: 러닝스푼즈, IT 스타트업, 국가기관 등

★ 글쓰기 모임 운영: 작심삼일 글쓰기, 두들린 체인지 스터디 ‘리더의 글쓰기’ 등

★ 다수의 기업 및 기관의 다양한 HR 프로젝트 수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