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에게나 알려주지만 아무나 따라하지 않는, 영어 잘 하는 방법

탈퇴한 회원
2024-04-02

저는 영어를 꽤 잘합니다.(첫 문장이 다소 도발적이지요?)😎


영어로 쓰고 읽고 말하고 듣는 외국계기업 직장생활을 16년간 해왔고, 영어로 발표를 하거나 하루 종일 영어로 진행되는 워크숍을 참여하거나 리드하는 것이 적어도 언어 때문에 부담스럽지는 않으니 영어를 못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지금까지 직장생활을 해오면서 몇 번 정도는 다른 나라의 동료들에게 “영어를 어디서 어떻게 배웠냐? 영어를 쓰는 곳에서 살아본 적이 있냐? 어떻게 그렇게 잘하냐?”라고 질문을 받기도 하니, 원어민의 입장에서 제 영어 실력이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뻔뻔하지만 정말 그런 질문을 받은 것이 사실입니다)

여기까지만 읽으면 제가 영어를 엄청 잘하는 것처럼, 다소 도발적이고 재수 없게 말하는 것처럼 들리시겠지만, 그래도 저는 한국어가 더 편하고 가능하다면 한국어로 번역된 책을 읽고(이해가 훨씬 잘 되거든요) 영어로 촬영된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면 자막이 있어야 합니다(세종대왕 만세!). 또한 외국인 보스나 동료와 하루 종일 영어로 회의나 워크숍을 한 날이면, 퇴근할 때 머리가 지끈거리는 편이니, 제가 영어를 사용할 때 모국어보다는 훨씬 집중하고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영어에 대해 자신감이 있고 지구상에서 어디에 가서 무엇을 하든지 영어로 소통해서 살아 돌아올 자신이 있습니다. 

오늘은, 아무에게나 알려주지만 아무나 따라 하지 않는, 영어 잘하는 방법에 대해 나눠보겠습니다. 본 내용은 100% 저의 경험과 깨달음을 토대로 작성되었음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더불어, 본 내용을 읽으시면서 ‘영어’ 대신에 독자분들께서 습득하고 싶은 스킬 (예를 들어, ‘프리젠테이션 스킬’ 또는 ‘세일즈 스킬’ 등)으로 바꿔서 읽어 보시는 것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첫째, 영어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끼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저는 영어 알파벳을 초등학교 6학년 겨울방학에 처음으로 배웠습니다. 즉, 초등학교 과정을 모두 마치고 중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알파벳을 배웠습니다. 당시에 영어는 초등학교 교육 과정에 없었기 때문에 저는 나름 중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선행학습’을 한 셈이지요. 그렇게 알파벳부터 시작하여 중고등학교 과정을 마쳤고, 수능 영어도 무난하게 점수를 획득한 채로 대학교에 입학하였습니다. 취업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교환학생을 준비했는데, 저는 교환학생 인터뷰에서 영어 실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탈락 통지를 받았습니다. 당시 토플 점수가 변변치 않았었고, 인터뷰에서도 버벅 댔기 때문에 충격적이었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탈락 통지였습니다. 그래도 그렇지, 제 영어 실력 때문에 교환학생을 못 보내 주겠다는 학교의 통지는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영어가 필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게다가 제 영어 실력이 좋지 않다는 것도 객관적으로 확인하였고요.

무언가를 습득하려면 그것이 정말 나에게 필요하다는 느낌을 가지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외부적인 요인(생계유지, 전직이나 이직 등)이든 내면의 목소리(자아실현 등)가 때문이든 말이에요.


둘째, 영어를 독하게 훈련하는 절대적인 기간을 확보하세요.

교환학생에서 탈락한 후 저는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가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참으로 대담하게도, 미국 지도를 펼치고 딱 한가운데를 찍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딜 가든 한국인이 있어서 제가 영어를 사용하지 못할 것 같았거든요. 그렇게 저는 아무런 연고도 없는 미국 캔자스 주의 한 시골 대학으로 어학연수를 떠났습니다.

시내 가게에 붙어 있는 ‘clearance’를 보고 가게 대청소를 하는 줄 착각했었고, 식당에서 ‘sundae’를 판다고 하기에 순대를 파는 줄 잠시 착각했을 정도로, 저의 영어 실력은 정말 별로였습니다.

대학의 기숙사에서 지내게 되었는데, 운 좋게도 미국 현지인이 제 룸메이트로 배정되었고, 저는 룸메이트가 무슨 말을 할까 봐 염려하면서 마음 졸이며 지냈습니다. 누군가가 저에게 “what’s up?”이라고 말하면 눈만 뻐끔거리는 제 모습이 답답했고, 뭐라고 답을 해야 하나 곤혹스러웠을 그때, 저는 대본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적어도 눈만 뻐끔거리는 바보 같은 모습은 아닐 수 있도록 말이에요. 그래서 상황 별로 대본을 만들고 외웠습니다. 상대방이 저에게 “what’s up?” 이라고 말하면 “Everything is good. How about you?”라고 답을 하도록 외웠고, 저의 답에 대해 상대방이 또 뭐라고 말을 하면, 그 말에 대한 답을 상황 별로 만들어서 외웠습니다. 그렇게 반복해서 하다 보니, 생활 속에서 하는 말들이라는 게 거기에서 거기였고 웬만해서는 제가 만든 대본 안에서 커버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더 이상 눈만 뻐끔거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노트북으로 미드 ‘프렌즈’를 보면서 대본을 따라 읽고, 외우고, 발음을 배우가 말한 그대로 흉내 내고, 소리만 듣고 받아쓰기를 하는 등 입이 아프고 손이 아플 때까지 그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참 아이러니하지요? 미국에까지 가서 기숙사 방에 앉아서 노트북으로 영어를 훈련하다니요.

저는 그렇게 아주 조금씩 자신감을 쌓았습니다.


셋째, 말할 수 있으면 들리고, 쓸 수 있으면 읽을 수 있습니다.

저는 언어 학습 전문가가 아니고, 그렇다고 전문 영어 강사도 아닙니다. 그렇지만 제가 경험해 보니, 

어떠한 영어 표현(문장)을 내가 말할 수 있다면(speaking), 그것이 귀에 들렸을 때(listening) 100% 이해가 되었습니다. 또한 어떠한 영어 표현(문장)을 내가 쓸 수 있다면(writing), 그것을 읽고(reading) 100%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을 깨달은 후 저는, 듣기보다는 말하기에, 읽기 보다는 쓰기에 시간을 많이 투자했습니다. 입으로 따라서 말할 때에는 영상이나 음성 파일을 활용해서 원어민이 말하는 그대로 최대한 앵무새처럼 따라했으며, 작문할 때에는 동일한 내용을 한영으로 전문가가 작성한 것(예: 국내에 있는 영한신문 등)을 구해서 내가 작문한 것과 원어민이 작문한 것을 비교하며 표현을 익혔습니다.

이렇게 훈련의 기간을 축적하면서 저는 영어에 대한 감을 느끼고 자신감도 더욱 쌓였습니다.


넷째, 영어를 사용하는 환경을 확보하시고 최대한 활용하세요.

위에서의 방법을 통해 저는 영어 실력이 점차 향상되었고 영어에 대한 자신감도 붙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저의 영어 스킬을 크게 업그레이드 해줬던 것은 약 16년간의 외국계기업 근무였습니다.

처음으로 근무했던 외국계기업의 입사 첫 날은 저에게 잊을 수 없는 풍경이었습니다. 영어 이름 ‘Kelly’를 가지고 회사 생활을 시작했는데요, 컴퓨터를 켰더니 윈도우부터 MS office(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등)이 모두 영어로만 씌어 있었습니다. 분명히 엑셀을 사용할 줄 아는데 영어로 씌어 있으니 버벅 대기가 일쑤였고 윈도우도 어디를 클릭해야 제가 원하는 기능을 사용할 수 있을 지가 당황스러웠습니다. 게다가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모두 한국인이었는데 이메일은 ‘Dear XXX’로 시작했으며 내용이 모두 영어로만 작성되어 있는 점도 참으로 잊기 어려운 장면이었습니다. 나중에 물어보니, 한국에서 오고 간 메일을 본사나 타국에 공유할 일이 있으니 아예 영어로 메일을 작성한다고 하더군요.

저는 강남구 역삼동으로 어학연수를 온 느낌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영어에 둘러싸여 영어로 생각하고 영어로 말하고 영어로 메일을 쓰고 영어로 된 자료를 읽는 등, 강남 한복판에 있는 사무실에서 어학연수를 받고 있는 느낌이었어요. 어학연수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돈을 받으면서 영어를 사용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렇게 저의 영어 실력은 강남구 역삼동에서 크게 업그레이드가 되었습니다. 

영어를 잘 구사하고 싶으시다면, 실제로 영어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일부러라도 만드시고 그 환경을 최대한 활용해 보세요. 

영어의 자신감이 한번 붙었더니, 그 다음은 조금 더 쉬워졌고, 마치 눈덩이가 산에서 굴러 내려 오듯 실력 향상에도 가속도가 붙었습니다.

 

뭔가를 배워서 내 것으로 만들고 싶으신가요?

그것의 필요성을 명확하게 확인하시고, 독하게 배우고 훈련하는 인고의 시간을 최소한으로 확보하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훈련하다 보면 나만의 노하우를 얻게 될 것이고, 노하우를 통해 향상된 능력을 지속적으로 활용하는 환경을 만드시고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PS. 제가 위에서 말씀 드린 방법은 영어 실력을 높이고 싶어하는 주변 지인들에게 종종 나눠 드리는 편인데요, 아직까지 그 방법을 따라했거나 여타의 방법을 통해 영어 실력을 월등히 향상시키셨다는 소식을 듣지는 못했습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노하우와 팁, 방법론이 존재하지만, 그것을 ‘실행’하는 사람만이 그 달콤한 열매를 맛볼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이 되어 있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영어 또는 무언가를 잘 하고 싶으시다면, 일단 뭐라도 시작해 보세요! 동네 달리기를 하려면 운동화부터 신으시면 됩니다. 그러한 여러분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