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 그 이름 ‘귀인’ (Part 1)

문희원
2024-07-03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께서는 여러분의 삶에 ‘귀인(貴人)’이 있으신가요?


‘귀인(貴人)’의 정의는 ‘조선 시대 이전에 사회적 지위가 높고 귀한 사람을 칭하였던 말’이라고 합니다. (출처: 위키백과) 저에게 있어서 ‘귀인’이란 사회적 지위에 관계없이, 저를 귀하게 대해주고 더 나아가 저를 ‘알아봐’ 주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올해 41세, 인생이라는 작품에서 1막을 마치고 인터미션(Intermission)을 지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막이 이미 시작되었을지도 모르지만, 왠지 모르게 지금 제가 있는 인터미션에서 1막을 돌아보고 거기서 얻은 가르침과 제가 가진 욕망을 직시하고, 이것들을 2막에서 잘 발휘하며 살고 싶다는 소망이 있습니다. 그렇게 저의 1막을 성찰하였을 때, 저에게는 4분의 귀인이 있고 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



첫 번째 귀인은, 저의 부모님입니다.

부모가 아이를 선택할 수 없고, 아이도 부모를 선택할 수 없지요. 그래서 부모자식 관계는 하늘이 맺어준 관계라고도 하고, 서로 사랑하면서도 너무 가깝기 때문에 발생되는 증오도 존재하는, 애증의 관계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의 친정어머니는 약 3년 전에 하늘나라로 돌아가셨고, 친정아버지는 건강하게 여생을 즐기고 계십니다. 저의 인생 1막을 돌아봤을 때, 부모님께 정말 감사한 점은 ‘제가 진로를 변경할 때 단 한 번도 반대하거나 그동안 투자한 돈을 언급하시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저는 5살부터 피아노를 시작하여 예술중학교에 입학하였고, 그곳에서 2년 반의 피아노 전공생 생활을 하고 중3 1학기 실기 기말고사 후 피아노를 그만두었습니다. 그만두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중3 1학기 실기 기말고사를 위해 무대에 올라 피아노를 연주해야 했던 그때, 준비했던 곡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습니다. 제 앞에 악보는 없이 오롯이 머릿속의 악보에 의존하여 연주해야 하는데, 머릿속은 하얗게 변해버렸고, 저는 여차 저차 무대를 끝내고 그 길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그만두고 싶었었던 피아노를 이제 내 인생에서 보낼 때가 되었다는 생각과 함께, 그날 저녁에 퇴근하신 부모님께 제 생각을 말씀드렸고, 부모님은 “그래, 그만하면 수고했어. 고생 많았어 우리 딸.”이라는 한 마디와 함께 힘껏 안아 주셨습니다.


제가 부모가 되어 보니, 부모로서 자식의 행복과 자식이 마음 편한 게 최선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투자한 돈과 시간 그리고 노력을 회수하려는 인간의 본능을 내려놓는다는 게 아무나 하지 못하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무엇을 할 때 더 행복하고 잘하는 지를 ‘알아봐’ 주고, 저로 하여금 제 인생의 선택과 선택에 따른 결과에 대한 책임감을 경험하면서 배우도록 허용해 주신, 저희 부모님이 제 인생의 첫 귀인입니다. 



두 번째 귀인은, 전 회사의 상사입니다.

부모님은 선택할 수 없지만, 상사는 상대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지요.

당시 상사와 진행했던 채용 인터뷰에서, 상사께서는 특유의 카리스마와 허스키한 보이스로 저의 눈길을 단숨에 사로잡으셨습니다. 더불어, 상사의 기에 다소 위축된 채 인터뷰를 마무리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만 해도 저보다 기가 센 사람과 함께 있으면 위축되고 작아지는 저였기에, 채용 합격 소식이 매우 기쁘지 만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 회사와 그 상사를 선택하였고 새 회사에 적응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2~3주가 흘렀을 때, 상사와의 1:1 미팅에서 저는 이런 질문을 드렸었어요.

“상무님, 저에게 주어진 허니문 기간(honeymoon period)은 언제까지 일까요? 언제까지는 제가 일을 좀 기대보다 못해도 봐주시고 기다려 주실 수 있으실까요? 제가 나름 경력을 갖고 입사했는데 바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 같아서 불안하고 초조합니다.” (*honeymoon period는 입사 후 일정 기간은 적응과 학습의 기간으로 간주하여, 기대보다 성과가 낮거나 속도가 느리더라도 기다려주는 기간을 의미합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상사분께서는 이렇게 답변하셨습니다.

“희원! 그런 게 어디 있어? 희원이 조금 더디고 성과가 좀 낮으면 내가 그만큼을 채워주면 되는 거지. 걱정하지 마. 나 그 정도는 할 수 있어.”

와우! 이직을 여러 번 해본 저였는데, 저런 답변은 처음 들어보는 신박한 답변이었어요. 그러면서도 마음에 있던 불안감이 내려가고 든든함과, 상사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한 계단 정도 쌓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입사 후 6개월이 지났을 때, 상사께서는 저에게 직무 변경을 제안해 주셨습니다. 그 회사를 C&B Manager (Compensation & Benefit 담당)로 입사했는데, 채용 및 L&D Manager (Learning & Development 담당) 자리가 공석이 되었고, 저에게 그 직무를 맡아보면 어떻겠냐고 물어봐 주셨습니다. 그때 저는 이렇게 말씀드렸었어요.

“상무님, 정말 감사합니다. 저 왠지 L&D Manager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대로 해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그 일을 통해서 왠지 저의 포텐셜이 터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런데 제가 L&D Manager에 관심이나 적성이 맞을 거라는 생각을 어떻게 하셨어요?”

그랬더니 상무님께서는 두 번째 와우포인트를 만들어 내셨습니다.

“희원! 채용인터뷰에서 난 희원이 L&D 쪽에서 관심과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그때 내가 리더십 관련해서 집요하게 질문했잖아. 그때 내가 알아본 거지.”

“그리고 희원! 희원은 C&B를 잘하는 게 아니더라. C&B 자체를 잘한다기보다는 Project Management를 잘하더라고. C&B는 그만하면 충분히 했어. 이제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해봐.” 

그 상무님 덕분에, 저는 저도 몰랐던 저의 적성과 포텐셜을 ‘알아차리게’ 되었고, 상무님의 ‘예언(?)’대로 그때부터 저는 L&D 업무를 하면서 날개를 달고 있습니다.


상무님과 관련된 마지막 에피소드는 ‘코칭’에 관련된 것입니다. 당시 상무님께서 지나듯이 말씀하신 한 마디가 있었습니다.

“희원! 나중에 혹시 관심 있으면 코칭 한번 배워봐. 그거 희원하고 잘 맞을 것 같아.”

상무님은 이미 코칭 교육을 수 달간 받고, 오랜 시간 인사 리더로서 조직원들을 코칭해 오신 이력이 있었습니다. 그때 코칭이 무엇인지, 그걸 하면 뭐가 좋은지 를 세세히 말씀하시지는 않았지만, 그때 상무님이 하신 말씀은 제 마음에 살아있었고 저는 2023년부터 코칭을 배웠고 코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코칭을 배운 것은 제 인생의 ‘신의 한 수’였으며, 코칭을 통해 제가 더 성숙한 인간이 되어 가며, 저와 코칭으로 인연을 맺은 고객들에게 비전과 자신감을 갖도록 도와주는 것에서 많은 의미와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매니저가 나를 ‘알아봐’ 주고, 내가 가진 강점과 적성, 성향 그리고 포텐셜을 발휘하게 해 준다면 그 직장은 최고의 학교가 아닐까요? 
돈도 받고, 일도 하고, 성장까지 할 수 있는 최고의 직장이기도 하고요. 


여러분의 삶에는 ‘여러분을 알아봐주는’ 귀인이 있으신가요?

어떤 분이고, 그 귀인은 여러분께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만약 아직까지 귀인을 만나지 못했더라도 걱정하지 마세요.
이제부터 살아갈 날들이 여러분에게 여러분만의 ‘귀인’을 보내주실 거라 믿습니다.

제가 어떻게 아냐고요? 저는 무려 4분을 이미 만났으니까요😍🎁 


(길이 관계상, 위 내용은 2편에 나누어 게재됩니다)